형사
위법한 함정수사 무죄판결이 나오는 이유는?
본문
함정수사 기법으로 적발해 내는 마약범죄
수사방식의 적법성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아
범죄는 발생하였지만, 그 피해가 외부로 쉽게 들어나지 않는 범죄를 ‘암수범죄’라 하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마약범죄’가 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으로 불릴 만큼 마약범죄의 수가 주변국이나 여타 선진국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적었지만, 이제는 인터넷상에서 누구나 손쉽게 마약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마약 사건이 증가하고 있고 심지어 중‧고등학생들도 마약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더이상 마약범죄는 다른 나라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약범죄가 대표적인 암수범죄인 이유는 마약을 하는 당사자 또는 그 주위 사람들이 마약신고를 하여도 마약사범뿐만 아니라 당사자 역시 처벌을 받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신고를 꺼리기 때문인데요,
또, 마약조직 형태도 점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어 일반적인 수사로는 본체의 수뇌부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운 점도 한 몫하고 있고, 이에 수사기관은 마약범죄를 적발해 내기 위해서 이른바 ‘함정수사’라 불리는 기법을 활용합니다.
그런데, 모든 수사는 적법한 절차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함정수사’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 위법하다고도 판단될 수 있는데요, 외형상 마치 범행을 교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우리나라는 함정수사를 크게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으로 나누면서,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는 적법한다고 판단하는 반면,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위법한 수사로 그로 인해 취득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고 실제 범행을 저질러도 오염된 증거 토대로 수사가 진행되었기에 무죄판결이 선고되곤 합니다.
‘기회제공형’ 함정수사 - 이미 범행을 저지르려는 범인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만 제공해 준 경우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는 범인에게 범행을 유도하여 범의가 생겨 범행을 하게 된 경우 |
그런데, 함정수사의 방식도 다양한 만큼, 어떤 문제냐에 따라서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한데요 최근 마약범죄와 관련한 함정수사에 대해서 의미 있는 대법원 판례가 선고된 바 있어 이를 통해 함정수사의 적법성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어 무죄판결 선고 가능
사건의 내막은 이렇습니다.
인터넷상에 대마초 매매를 광고하던 마약사범을 찾아낸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에 따라서 2019. 3. 5. 마약사범들을 체포하고 현장에서 가지고 있던 휴대폰 3개를 압수하였습니다.
압수수색영장 유효간 : 2019.3.31. 압수물 대상 : 피의자가 소지, 소유, 보관하고 있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마약류 취급 관련자료 등 |
그런데, 2019. 4. 8. 압수된 피의자 X의 휴대폰에 대마구입을 희망하는 Y의 문자 메시지가 오게 되었고, 수사기관은 마약사범 X의 행세를 하면서 메신저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법으로 위장수사를 진행하여, 같은 달 10일 Y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소지품을 영장 없이 압수한 다음에 12일 사후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발부받았습니다.
수사기관의 함정수사에 Y가 걸려든 것인데요, 그런데 해당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X를 잡기 위해 발부받은 영장에 기해 압수한 X의 휴대폰을 활용하여 Y를 체포한 것이었기에 이 수사방식이 적법한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압수수색영장은 1회용!?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압수수색영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99모161)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의한 압수수색영장은 수사기관의 압수 ‧ 수색에 대한 허가장으로서 거기에 기재되는 유효기간은 집행에 착수할 수 있는 종기를 의미하는 것일 뿐이고, 수사기관이 영장을 제시하고 집행에 착수하여 압수 및 수색을 실시하고 그 집행을 종료하였다면, 그 영장은 효력이 상실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일한 장소 또는 목적물에 대하여 다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그 필요성을 소명하여 법원으로부터 새로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해야지, 앞서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의 유효기간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하여 이를 다시 제시하여 압수나 수색을 할 수 없다고 명확히 판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위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Y에게 메시지를 보낸 시점이 X를 검거하기 위해 발부받은 영장집행이 계속되는 중이었기 때문에 수사과정이 적법하다고 주장하였는데요,
하지만, 수사기관이 이 사건 메시지 등의 정보 취득은 영장 집행 종료 후의 위법한 재집행이고, 그 외에 경찰이 X의 휴대전화 메신저 계정을 이용할 정당한 접근권한도 없기 때문에 위법한 수사라 볼 수 있었습니다.
원심법원 및 대법원도 수사기관의 Y에 대한 수사절차를 문제삼으며, Y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수집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공소제기된 피고인 Y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위 사건은 수사기관이 위법한 수사절차를 통해서 무리하게 기소를 하여도 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판결이었습니다.
형사사건의 피의자 내지는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죄가 되는지, 형량을 낮출 방법은 없는지 등 범죄의 구성요건 및 성립요건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위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수사절차의 적법성 여부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사항이고 이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