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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체육진흥법위반 승부조작 약속만으로도 형사처벌 가능

특별법위반 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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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가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스타플레이어의 양성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이 중요하지만, 그 전에 선수나 감독 등 스포츠 관계자들이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종목을 불문하고 승부조작으로 인한 뉴스가 매년 심심치 않게 보도되면서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주고 있는데요, 스포츠 승부조작은 명백한 중대범죄인 만큼, 국민체육진흥법위반으로 징역형 이상의 형사처벌과 동시에 대가로 받은 금액 전체를 추징당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승부 조작 사건이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는 이유는 불법 스포츠 도박 업체와 결탁한 브로커들 중에는 상당수가 현역 운동선수들과 과거에 함께 운동을 한 선후배‧동료이다 보니 그 연결고리를 쉽게 끊을 수 없고, 또 단 하루의 부정행위로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취할 수 있기에 쉽사리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4조의3(선수 등의 금지행위)

① 전문체육에 해당하는 운동경기의 선수ㆍ감독ㆍ코치ㆍ심판 및 경기단체의 임직원(이하 "전문체육선수등"이라 한다)은 운동경기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전문체육선수등은 운동경기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요구 또는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스포츠경기에서 승부를 조작하는 행위는 국민체육진흥법에서 금지하는 것이기에 어떤식으로든 가담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들 수 있는데요,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가담해야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지 여부입니다.

프로스포츠의 경우, 선수들의 몸 컨디션에 따라서 스타팅 멤버가 결정되기에 어떤 선수가 브로커를 통해 도박업자들과 부정한 행위에 대한 세부적인 협의를 하고 착수금 조로 일부 돈을 받았다 하더라도 정작 경기 당일에 출전하지 못하면 경기조작이 무산되어 버릴 수 있고,

또 예전에 같이 운동을 했던 선배나 동기를 만나는 친자리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한 부정한 청탁이 들어와 실제로는 가담할 의사가 없었지만 일단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승낙을 한 뒤에 이후에 재차 거절의 의사를 밝힌 경우 등 사안에 따라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지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유명 프로야구 선수 A씨에 대한 국민체육진흥법위반사건(2022도755 [국민체육진흥법위반])에서도 A씨는 자신은 사기범행에 이용 당한 것이고 불법 승부 조작에 가담할 생각이 없었다면서 부정행위에 대해서 부정하였는데요,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명확한 기준을 내놓았습니다.

해당 사건은 야구선수인 A(투수)가 B와 공모하여 C를 상대로 ‘주말 야구경기에서 상대팀에게 1회에 볼넷을 허용하고, 4회 이전에 일정 점수 이상을 실점하는 내용으로 승부를 조작해주고, 무제한로 베팅이 가능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베팅을 하여 수익을 나게 해줄 테니 5억 원을 달라.’고 요구하여,

C로부터 위와 같은 내용으로 승부를 조작한 후 해당 경기에 베팅을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같은 날 현금으로 5,000만원을 교부받고, 이후 제3자 X의 계좌로 합계 5억 원을 교부받았지만, 결국 경기에는 못나오게 되어 실제 조작경기는 무산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A씨는 자신은 B의 사기범행에 이용당했을 뿐이고, 처음부터 승부조작의 의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부상자 명단에 등재되어 있었고 이미 2군 투수로 밀려나 있었으므로 승부를 조작하기로 한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에서 승부를 조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범행을 부인하였다는 점입니다.

실제 A씨는 문제의 경기 날에 선발투수로 출전하지 못하였는데요, 하지만 1심, 2심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형이 선고되었고,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습니다.

법원이 이처럼 판단한 이유는 국민체육진흥법 제14조의3에는 운동경기의 선수 등이 운동경기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실제로 부정한 청탁에 따른 부정한 행위를 할 생각이 없었더라도 국민체육진흥법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관련법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였을 때 실제 부정한 행위에 이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요구 또는 약속만 하여도 죄가 성립된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그 재물 등을 실제로 받거나 받을 것을 요구 또는 약속한 자가 실제로 부정한 행위를 할 생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재물을 받은 것이 자기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면 위 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보아야 하고,

설령 그것이 기망행위로서 사기죄 또는 사기방조죄가 성립된다고 하더라도 사기죄 또는 사기방조죄와 국민체육진흥법위반죄는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 사기죄 또는 사기방조죄가 성립된다고 하여 국민체육진흥법위반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사건을 통해서 실제 승부조작경기가 벌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작을 요구하거나 약속한 행위만으로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막상 범죄를 공모한 사이라 하더라도 경찰조사나 재판을 앞두게 되면 최소한의 형을 선고받고자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인데요, 위 사건에서도 공모자들간에 죄를 떠넘기는 모습과 제3자의 통장에 돈이 입금되었기에 추징액을 낮추기 위해서 서로 자신이 실제 받은 금액이 적다고 다투는 모습이 재판 과정에서 들어났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범행을 공모하였다 하여도 때로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개별적인 대응이 필요하기도 하므로 형사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면 공모자보다 발빠른 대응으로 최선의 결과를 모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