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국제
배임수재죄 처벌 판례와 가중처벌 피하는 요건
본문
" 예상되는 벌금,
뒷주머니로 챙긴 돈보다 한참 아래인가요?
가중처벌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왜 안 하십니까. "
펀드매니저 K 씨와의 대화 中
가중처벌 대상이 되면, 최소 5년은 감옥에서 살고 나오셔야 합니다.
그런데 배임수재죄를 두고 "고작 벌금 1000만 원이 전부 아냐?"라고 가볍게 여기시는 분들은 꼭 항소심이 돼서야 찾아오십니다.
당장 눈앞의 큰돈에 정신이 팔려, 자신이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던 거죠.
배임수증죄는 특경법에서도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는 범죄에 속합니다.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수재죄는 최소 징역 5년에서 최대 무기징역이 선고된다.
횡령보다 무거운 배임수재,
1억만 챙겨도 무기징역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5조> 금융사 임직원의 배임수재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
통상적인 배임수재죄의 처벌 수위입니다. 형 확정시 추가적으로 수수가액을 모두 추징 당하지만, 생각보다 낮은 처벌 수위에 '이 정도면 혼자 감당할 만하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배임수재는 <특정경제경제가중처벌법>으로, 수수 가액이 1억이 넘는 경우 최대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중범죄입니다.
50억이 넘어야 최대형이 선고되는 업무상횡령에 비해 훨씬 처벌이 무거운 겁니다.
다만, 특경법상 배임수재는 금융회사의 임직원에게만 적용되는데, 이 금융사 직원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습니다.
특경법으로 처벌하는 '금융회사' 임직원 ① 은행원(제2, 3 금융권 모두 포함) ② 신용보증사 ③ 투자회사 ④ 증권사 등 |
"정당한 절차였다." 주장할 여지
<형법 제357조> 배임수재의 요건 3가지
그렇다면, 부탁을 하면 다 처벌을 받는 것일까? 공직자의 뇌물과 달리, 일반 사기업은 청탁과 거래의 경계선이 애매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법률은 배임수재의 형성 요건을 ① 타인의 업무를 수행하는 자가 ② 업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③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한 행위로 제한 해놓았습니다.
심지어 뇌물수수와는 달리 '금품 취득'시 죄가 성립 되도록 되어있어, 약속만 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죠.
세 가지 요건을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① 타인의 업무를 위임받았는가?
업무와 관련 없는 청탁과 '영향력'
배임수재의 처벌 대상은 '업무를 위임받은 임직원'으로 좁혀져 있습니다.
업무 관련성을 본다는 의미로, 아직 업무를 위임받기 전이라면 청탁을 받더라도 소급해 처벌할 수 없습니다.
다만, 뇌물수수죄 상 고위공직자의 업무 연관성처럼, '은행 지점장이 부적격 대출을 묵인한 경우' 같이 밀접한 사무를 가진 자에게 한 청탁도 배임수재에 해당합니다.<대법원 80도2130 판결>
해당 사무에 얼마나 의견이 관철됐는지, 영향력을 두고 업무 관련성이 결정된다는 겁니다. 이런 기준에 따라, 사직한 이후 청탁을 받는 경우에는 '전관'처럼 업무 연관성이 인정된 사례를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죠.<대법원 97도2042 판결>
※ 자신의 업무를 처리한 '업주'는 배임수재의 대상이 아니다. <대법원 89도970 판결>
② '부정한 청탁'의 예시
묵시적인 청탁
" 이거 좋은 건데… 한 번 드셔보세요. "
대놓고 사과박스를 넘긴다거나, 특정 편의를 봐달라고 요청하지 않아도 배임수증죄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묵시적인 청탁 등 금품의 교부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인데요. 수증자의 배우자 등 제3자의 편의를 봐준 경우에도 부정한 청탁에 해당합니다.
방송사 PD와 주기적인 술자리를 한 '광고대행사' B 씨의 사례 <대법원 99도2165 판결> ① 해당 광고대행사의 고객(학원 강사)를 서로 알고 있는 사이 ② 명시적인 청탁은 하지 않았지만, "잘 봐달라." 등의 묵시적인 요구 ③ 해당 학원 강사의 광고만 우선적으로 방송한 PD → 재판부는 "방송의 공공성(청렴성)을 훼손했으며, 서로 알 수 있는 묵시적인 교부방식도 배임수증죄에 해당한다."고 판시 |
③ 재산상 이득, 취득한 시점에 성립하는 배임수재
청탁 거절 후 본연의 업무를 다한 사례
'취득 시점'에 죄가 성립된다는 점이, 금품 수수 약속만 한 경우에도 처벌하는 뇌물수수와의 가장 특징적인 차이입니다.
약속이 아닌 실제로 금품을 수령한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거죠.(※ 금융업 종사자는 금품을 약속만 해도 처벌)
또 공무상 청탁금지법과는 달리, 청탁과 관계없는 금품은 처벌할 수 없는데요.
심지어, 청탁을 거절한 후 본연의 업무를 수행했을 뿐인데 금품을 받은 경우, 배임수재로 처벌하지 않는 사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품을 단호히 거절한 P 씨의 사례 <대법원 82도874 판결> ① 검정보고서를 빨리 통과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은 손해사정사 P 씨 ② 청탁을 거절하고, 객관적인 입증 자료를 요구 ③ 이후 보험금 지급이 결정되고, 청탁 시 약속했던 금원을 받은 사례 → 재판부는 "피고인이 청탁을 단호히 거절했으며, 이후 객관적 자료를 요청하는 등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며, 배임수증 무죄를 선고 |
배임수재에 '반드시'란 없습니다.
내 거래에 당당할 이유
공직자는 절대 검은 돈을 받아서는 안되죠. 그래서, 대가성이 없다 해도 100만 원만 넘는 돈이 오가면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하기도 합니다.
반면, 기업 간 거래는 그 경계가 참 애매합니다. 돈을 받지 않으면 배임수재죄가 형성조차 되지 않으며, 돈을 받더라도 정당한 절차에 따라 업무를 추진한 경우에는 죄를 따로 묻지 않죠.
저도 이게 맞다 생각합니다. 서로의 요구사항에 맞춰 거래를 하고 해지를 하는 것, 자본주의의 기본 아닐까요?
물론 공정한 거래 행위가 아닌, 부정한 방식으로 몰래 이득을 챙긴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겠죠.
하지만 기소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가 한 거래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 죄인이 되진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