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통신사라고 방통위 행정지도 따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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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5G 서비스와 관련하여 거짓·과장·기만·부당한 비교광고로 이동통신 3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33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표시·광고법 위반으로는 역대 두 번째 큰 금액이다. 사업자는 5G 서비스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정부가 준 가이드라인(행정지도)에 따라 광고를 하였으므로 억울하다는 입장이고, 주무부처까지 나서서 사업자 편을 드는 모양새다.
사실은 이렇다. 이통 3사는 5G 서비스 상용화(2019. 4. 3) 전후에 "최고속도 20기가비트(Gbps)"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 등의 광고를 했다. 그러나 실제 나오는 속도는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광고들이 거짓이고 과장되며 기만적이어서 소비자를 오인시켜 합리적 선택권을 방해하였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법상 행정지도가 문제가 되는 분야는 주로 담합이다. 5G 서비스처럼 표시·광고와 관련되어 행정지도가 문제 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행정지도는 정부가 권력적·법적 행위에 의하지 않고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과 기업의 협력을 구하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상 근거 없이도 행정지도가 가능하고, 행정지도는 애초에 자발적 협조가 전제이므로 기업이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더구나 정부가 행정지도라는 명분으로 법률의 명백한 근거 없이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담합이나 표시·광고법에 위반되는 광고를 하도록 유도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 행정지도에 따랐더라도 결과적으로 법률에 위반이 되면 책임은 오롯이 사업자가 져야 한다. 인·허가권을 가진 사전규제기관의 칼날이 시퍼렇더라도 법 위반 우려가 있는 행정지도를 따라서는 안 되는 이유다.
행정기관이 인·허가권 또는 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보험·통신·항공·해운·주류 등의 산업에는 사전규제가 유독 많다. 이들 산업 대부분이 독과점적 또는 공공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규제산업에서 행정지도가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으며, 행정지도가 담합의 빌미가 된 사건들도 대부분 이들 산업에서 발생한다. 행정기관이 법령상 근거 없이 행정지도로 담합을 유도·조장할 경우 이를 따를 의무가 없으므로 행정지도에 따라 담합을 했다면, 법 위반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하지만 인·허가권을 가진 국가기관이 행정지도를 따르도록 강요할 경우 불이익이 두려워 거부하기 어려운 경우도 더러 있다. 행정지도에 따를지 말지 선택할 자유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단순히 권유 내지 유도했는지, 아니면 사실상 강요했는지 등 정부의 개입과 강요 정도에 따라 행정지도에 따른 담합의 위법성 여부가 좌우될 수 있다. '주권강제이론'이 그것이다.
사업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판정과 법정에서 사전규제권을 가진 주무부처 행정지도에 따랐으니 법상 문제가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거나 애처롭게 읍소한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개별 사업자들이 행정지도를 독자적으로 따른 결과 사업자들 간에 가격 수준이 유사하게 형성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없다. 하지만 규제기관의 행정지도를 계기로 사업자들이 사후에 별도로 합의를 하게 되면 담합에 해당될 수 있다. 규제기관이 가격인상률을 5% 이하로 하도록 행정 지도하자 사업자들이 이를 기회로 별도 합의를 통해 가격인상률을 5%로 통일하면 위법이 된다.
김형배 법무법인 더킴 공정거래그룹 고문
출처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