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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책배우자이혼청구 기각 안 한다? 대법원 입장 바꾼 이유
본문
바람폈다고 이혼 안되는 거 아니죠?
대법원 판례도 나왔다면서요.
유책배우자 의뢰인 A 씨
지난 7월 17일,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인 따끈따끈한 대법원 판례가 나왔죠.
실제로 이번 판례가 나오고 나서, 저희 사무실에도 확실히 이혼소송 문의가 늘었습니다.
심지어 이혼소송에 있어 더 이상 '유책주의'가 아닌, '파탄주의'로 가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는데요.
그런데, 정말 유책배우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만들어진 걸까요?
네, 앞으로 많아질 겁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유책주의 vs. 파탄주의
유책주의 ☞ 대표적으로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방식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능력을 인정하지 않음. 원칙적 기각.
파탄주의 ☞ 영미법계에서 채택하는 방식으로, 혼인이 실질적 파탄에 이른 경우 이혼청구 가능. 단, 중혼(첩)처벌 규정이 엄격.
이혼 가로막았던 '혼인파탄책임' 없어진 이유
혼인계속의사와 유책주의의 예외
'회복 노력하는 유책배우자 남편 A 씨 vs. 혼인계속의사도, 노력도 없는 아내 B 씨'
네, 원칙적으로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청구하더라도 바로 기각되는 게 현실이죠.
심지어 상대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한다면, 법적으로 갈라설 방법을 찾기 매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아내와의 갈등 끝에 집을 나간 A 씨도 첫 번째 이혼 청구는 기각, 두 번째 청구도 1, 2심 원고패소를 맛봤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A 씨의 혼인파탄책임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이혼청구를 배척해선 안된다고 판단했는데요.
그 이유로 '혼인계속의사'와 '책임이 사라질 정도의 헌신'을 언급했습니다.
이번 이혼소송 속, '유책주의'의 예외 ① 혼인계속의사 ▶ 관계의 회복보다는 과거의 복수심(보복) 등을 빌미로 양보만 요구하는 상대 배우자 ② 책임이 사라질 정도의 헌신 ▶ 자녀의 양육이나 부양의 의무 등, 상대 배우자와 자녀 보호에 최선을 다한 경우 | ||
※ 이 사건은... 장기간 별거가 고착화되는 등 이미 혼인이 와해되었고, 유책배우자인 남편은 장기간 아내와 딸이 거주하는 아파트 담보대출금을 내는 방식으로 헌신을 인정받았다. |
혼인계속의사 판단 기준
말로만 거부하는 이혼
이번 사례처럼 배우자가 혼인을 복수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그런 모습도 과연 부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부부관계를 회복할 생각도 없으면서 "이혼을 원치 않는다."는 말로만 판결이 내려진다면, 결국 유책배우자도 상대 배우자도 그 누구도 행복한 결과를 맞이할 수 없을 겁니다.
이때 판례는 <민법 제826조, 부부간의 의무>를 기준으로 혼인계속의사를 판단합니다.
그 예로 부부가 한 집에 살고 있는지, 성적으로 성실한지, 양육과 부양 등 가정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는지를 들고 있습니다.
혼인계속의사 판단 기준 <대법원 2019므14477 판결> 민법 제826조, 부부간의 의무 ①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과 협조를 해야 한다. ② 동거 장소는 부부의 협의로 정한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 ||
※ 판례는 부부가 정신적 · 육체적 · 경제적 공동체로 의무를 다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혼인계속의사 없어도 기각되는 변수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해지는 상대 배우자와 자녀복리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다 걸렸다고 상상해 보세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누구는 당장 이혼을, 이혼은 아니더라도 깨져버린 신뢰에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온전히 돌아갈 순 없을 겁니다. 사람이라면 다 그렇습니다.
법원도 부부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하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그 마음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도 "혼인관계를 지속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혼 청구를 쉽게 받아들여선 안된다."며 상대 배우자가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하거나,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위해 청구를 기각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혼인 파탄에도, 이혼 청구가 기각되는 경우 ① 상대 배우자가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할 때 ▶ 혼인이 유지돼야 이후 연금 등의 혜택 보장 ② 미성년 자녀의 복리 ▶ 이혼 이후 자녀가 겪을 정신·경제·사회적 문제 고려 |
이른바 '축출이혼' 사건
<대법원 65므37 판결>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다수 나라의 이혼에서는 '파탄주의'를 택하고 있습니다. 중혼 처벌규정은 있지만, 사실상 혼인이 깨졌으면 이혼 청구는 받아들인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만 유별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1965년 '축출이혼' 사건 때문입니다. 불임인 아내를 두고 첩을 들인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요. 이혼을 수단으로,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아내를 내쫓으려 한 사건입니다. 당시 바람핀 남편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대법 판례까지 남은 걸 보면, 당시 한국 사회에 이런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많이 변했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가정을 위해 헌신을 다 하는 사람마저, 평생 죄인으로 살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뿐만 아니라, 예외사유를 구체화하는 대법 판례가 나온 만큼, 앞으로 유책배우자 이혼도 더 유연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