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인하대 여대생 사망사건, 강간치사 처벌 수위는?
본문
" 죽을지 몰랐다. 우발적이었다.
한마디로 죄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
더킴로펌 성범죄·형사전문센터
인하대 강간치사 사건, 지난 7월 한 명은 가해자, 한 명은 피해자로 앞길이 창창했던 두 인생이 끝을 맞이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성범죄에 사람이 죽었는데, 왜 살인이 아니냐며 분노를 드러내시는 분들도 계셨죠.
이때, 경찰은 '살인의 고의'를 찾긴 어렵다고 판단해 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했는데요. "우발적이었다. 죽을지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결국 가해자는 살해 혐의를 피하게 될까요?
도대체 '살인의 고의'는 뭔지, 가해자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철저하게 뜯어보겠습니다.
살인죄 적용 못하는 이유는..?
살인의 고의와 미필적 고의
살인은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의 생각도 함께 고려합니다.
그 피고인의 생각이 살인의 고의인데요. 상대방을 죽일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 여부로 판단합니다. 적용기준이 다소 가해자 중심적으로 엄격한 만큼, 우발적인 범행도 증거만 있으면 살인죄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인하대 여대생 사망사건은 살인의 고의를 증명하기엔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필적 고의'라는 흥미로운 가설이 나왔는데요.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가해자의 또 다른 범행인 불법촬영물 가운데 피해자가 건물에서 추락한 시간대의 촬영물이 발견된다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 가능성이 남아있습니다.
???? 미필적 고의 적용 판례 <대법원 2002도995 판결> ① 살인죄에 있어 고의는 반드시 살해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 의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②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나 위험성을 알고도 행동했다면, 미필적 고의로 인한 살인이 인정될 수 있다. |
왜 치사, 준강간일까?
살인, 강간치사의 형량비교 그리고 준강간
살인죄 적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는, 치사와 살인 두 범죄의 형량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차이는 특히 공소시효에서 두드러지는데,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2015년 부로 폐지됐습니다. 앞으로 검찰이 증명만 가능하다면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언제든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형법 제301조의2> | 형량 | 공소시효 |
강간살인 | 사형 또는 무기징역 | 제한없음 |
강간치사 |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형 | 15년 |
또, 준강간으로 검찰 송치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있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사실상 강간죄와 준강간죄, 두 범죄의 처벌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준강간은 폭행과 협박이 없었더라도, 술에 취해 항거불능에 빠진 사람을 간음했다면 강간죄와 똑같이 처벌한다는 조항인데요.
보통 대립되는 사건을 보면 피해자들은 항거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피의자는 항거불능이 아니라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합의된 관계였다는 입장을 펼칩니다.
이때,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피의자가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을 어떻게 수집, 취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항거불능을 조각하는 증거 ① 호텔 앞 cctv ▶ 확인해 보니 항거불능이 아니었던 경우 ② 녹음·녹취 유무 ▶ 당시 정황을 통해 술에 취해 항거 불능이었는지 ③ 호텔 지배인 증언 ▶ 인사불성이었냐 아니었냐 ④ 카톡과 SNS 등 ▶ 피해자가 피의자랑 같이 있던 시간에 전송한 메시지의 내용 ⑤ 이동수단 ▶ 택시 내 블랙박스, 기사 증언 등 |
※ 변호사는 의뢰인의 비밀을 누설할 수 없으며,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강간치사, 이렇게 처벌받습니다.
처벌 사례와 판례
다시 발생해선 안되는 끔찍한 범죄이지만, 1994년에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감금 및 추락사로 인한, 강간치사죄 적용 판례 <대법원 95도425 판결> ① 피고인은 자신의 속셈학원 강사 A 씨(여, 20세)를 거부에도 불구하고 7층 호텔방으로 유인해 간음을 시도. ② 호텔방에 감금당한 A 씨는 가해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창문으로 탈출했으나, 두개골절로 사망. ③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의 강간미수 혐의 주장을 기각하고, 강간치사 확정. |
위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해자가 탈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을 가해자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으며, 가해자의 감금과 강간시도가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조건에서 발생한, 인하대 여대생 사망사건 역시 강간치사 혐의는 충분히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번 사건의 핵심쟁점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될 전망입니다.
가해자가 추락한 피해자를 보고도 구조 요청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미필적 고의'로 인한 살인죄가 적용되며, 검찰은 이 증거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김형석 대표변호사(왼쪽), 양동필 형사전문변호사
죄에 '꼭' 맞는 처벌이 필요한 사건
세간이 집중할수록 더 꼼꼼하게
"사람을 죽였으면 살인, 그냥 간단히 적용하면 될 문제 아닌가요?" 큰 죄일수록 엄벌을 받아야죠. 당연합니다. 그런데, 대중의 관심이 집중될수록 처벌이 더 무거운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도 알고 계시나요? 수사기관에서 죄를 부풀린다기보다는, 사회적 관심이 높은 만큼 먼지 한 톨 조차도 수사 대상이 되는 그런 깐깐함 때문이죠. 또, 재판부 역시 쉽게 봐주지 않습니다. 보는 눈이 많은 게 현실이니까요. 반면 변호인이 검찰, 그 이상의 디테일함이 없다면 큰 처벌을 피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에서 변호인의 덕목은 현미경 같은 디테일이라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사회의 관심을 받는 이 사건 역시, 서로의 꼼꼼한 대립이 대법원까지 오랫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