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국제
한전 맨홀뚜껑 입찰담합 과징금, 과연 다 낼까?
본문
" 아니, 같은 일 하는 사람끼리 밥 한번 먹는 게 죄입니까? "
과징금에 대해 호소하는 김 모 대표
공정거래법 위반을 한 기업들에게 수천억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것을 보고 통쾌하다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통쾌하지 않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수임료를 주시는 고객이라서가 아니라 기업의 오너가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괴로움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는 필요하다면 입찰방해죄 등으로 형사고발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 그때 심정은 어떠실까요?
총 21억의 과징금 어떻게 다 감당할까
한전 맨홀뚜껑 입찰담합으로 바라보는 과징금 집행의 실체
이달 초, 한국전력과 조달청 등에 맨홀뚜껑을 납품하던 업체 5곳이 입찰 담합으로 적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거의 10년 가까이 1,016건, 총 400억 원 규모의 입찰담합 사건이었는데요. 공정위원회는 이 업체들에게 과징금 21억 35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그런데 돈 벌었던 건 다 옛날이야기고, 당장 과징금을 낼만한 여력이 없다면 어떡할까요? 평생에 걸쳐 갚아야 하는 빚이 되는 건가요? 평생을 일군 회사를 접고 파산 절차를 밟아야 할까요?
혹시 "공정위, 지난 몇 년간 담합 사건 99%는 과징금 깎아줬다."는 뉴스는 보셨나요? 실제로 당시 1건을 제외하고, 모두 과징금 할인을 받았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과징금 왜 깎아줬을까요?
담합 적발 규모 2022년, 닭고기 담합 ▶ 판매가격, 생산량, 출고량 등 ▶ 16곳 총 1758억 부과 (형사고발) 2018년, 해운선사 담합 ▶ 국내, 국제 수출입 운임 ▶ 국적선사 12곳, 외항사 11곳 총 1763억 부과 2022년 철도차량 담합 ▶ 차량 구매금액 ▶ 3개사 총 564억 원 부과 2022년, 아이스크림 담합 ▶ 판매, 납품, 거래처 등 ▶ 5개 제조사 총 1350억 원 부과 2022년, 송파 헬리오시티 ▶ 출입보안시설 발주, 용역 사업자 선정 등 ▶ 10개 사업자 총 1900만원 부과 |
입찰담합에 걸리는 경우
<공정거래법 제40조 ①-8,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둘 이상의 사업자가 참여한 경쟁 입찰에서 미리 그 방법을 합의하는 경우 입찰 담합에 적발됩니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형성돼야 할 가격에 왜곡이 발생하고, 비용과 품질 저하 등의 피해는 소비자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죠.
꼭 서류가 증거로 남아 있어야 담합에 걸리는 게 아닙니다. 암묵적인 합의로도 충분히 입찰담합으로 과징금을 물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입찰담합의 예시 1. 최저입찰가격을 정해놓고 입찰가를 올리는 경우 2. 상한가로 진입장벽을 만들어 경쟁을 제한 3. 낙찰예정자를 미리 정해놓고 밀어주는 경우 4. 수주물량을 미리 배분해놓는 경우 |
과징금, 이의제기 할 수 있습니다.
담합이 걸렸을 때 대처법
담합이 걸렸을 때 부과되는 과징금은 통상 담합과 관련된 모든 매출액의 10%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번 돈, 영업이익에 비해 과징금이 너무 과도하다고 느끼시겠죠.
실제로 찾아오시는 사업주분들의 사례만 봐도, 과징금을 납부할 능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다행히, 공정위는 현실적으로 과징금을 부담할 수 있는지를 크게 고려합니다. 감경의 상한선이 없어, 아예 면제를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회사가 망하는 것은 나라에서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죠. (이의 신청을 잘 했을 때 얘기입니다.)
과징금이 크게 부담되지 않더라도 이의신청 및 취소소송을 해야 할 이유는 또 있습니다.
과징금 처분에 불복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경쟁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도록 입찰금지명령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렇습니다.
담합 대처법은? 자신신고 > 첫 번째 신고자는 100% 면제 > 두 번째 신고자 50% 면제 과징금 납부명령 처분 > 이의신청(불복 및 감액), 취소소송 입찰금지명령 > 불복 및 취소소송 | ||
※ 자진신고를 하면 첫째 신고자가 100% 면제되는 조건이 있지만, 실제 담합조직(일명 카르텔)은 안정적 수익구조를 포기할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진 신고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는 법리 검토는 물론, 내사 진행 정도를 파악한 이후에 결정해야 한다. |
억울하다면, 부당한처분으로 취소소송 꼭 하세요.
입찰담함 취소소송 인용 판례
"나는 정말 담합을 한 적이 없다. 억울하다."
식사 자리만 했을 뿐인데, 과징금이 부과됐다면 저라도 억울할 것 같습니다.
또, 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했는데 과징금 처분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불복해 국내 한 대형 건설사가 진행한 취소소송 승소사례가 있는데 어떤 요건으로 승소를 했을까요?
부당한 처분이 인정받은 경우 <대법원 2019년12월18일 판결> 1. 정보교환행위가 경영상 정보 수집의 일환으로 보일 때 2. 설계 용역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등, 영업상 손해가 났을 때 3. 입찰에 참여만 했을 뿐, 낙찰받지 못하는 등 합의의 증거가 부족한 경우 ※ 법원은 오히려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일반적인 입찰담합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99%의 과징금 할인, 공정위 실수일까요?
부과명령에 멈춰 서지 마세요.
입찰가를 고의적으로 올려 이익을 편취했다면 처벌받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담합이라는 프레임으로 업계의 건강한 소통까지 막는 경우 역시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그동안의 판례를 보면, 과징금을 자금력에 맞게 재조정하고 단순 정보교환을 인정하는 등 실무 상 소통을 어느 정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당장은 과대한 과징금에 눈앞이 캄캄할 수 있지만 부과명령 그 이후의 대처에 따라 과징금의 액수는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면제받는 사업주도 많은걸요.
그래서 멈추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상만사 끝까지 찾아보면 방법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영화 인터스텔라 中 -
부록 : 알아야 하는 판례들 - 공동의 행위 관련 매출액 100분 10을 곱한 액수 = 과징금의 상한 = 계약금액의 과징금 기본 산정기준 <대법원 2016두40207> - 입찰담합은 실행을 요하는 것이 아닌, 담할 합의만 하여도 성립 <고법 2012누11234> - 담합으로 인한 시장과 소비자의 영향을 고려 (담합 위반행위의 중대성) - 이와 같은 내용을 기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재량으로 과징금 부과를 산정하나 사실오인. 비례 평등원칙 위배할 경우는 위법하다는 태도 <대법원 2009두15005> - 업체들이 장기간에 걸쳐 단일한 의사에 기해 동일한 목적으로 실행되었을 경우 일부 변경이 있더라도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본다. <대법원 2008두161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