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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너머의 정의 (1) 기록에 숨어 있는 엄마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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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최고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6-09-10

본문

모든 범죄 뒤, 공소장 너머 애타는 엄마 마음 있어

자식이 ‘형벌’ 받는 동안 ‘천벌’의 고통 견디는 엄마

자식은 그 마음 알까



‘안녕하세요.’ 심드렁한 목소리와 영혼이라는 것은 별주부전 속 토끼의 간처럼 어딘가 숨겨둔 채 온 것만 같이 먼 산만 공허하게 바라보는 눈빛의 고등학생 피의자가 검사실로 들어선다. 그 옆에는 세상의 모든 공포를 다 삼켜버린 것과 같은 표정의 그 학생의 어머니가 서 있다.


‘서걱, 서걱, 서걱.’ 내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온 대학생 피의자와 어머니에게 사건을 설명하는 동안 당사자인 아들은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지리한 훈화 말씀의 연장선상인 듯 손가락으로 귀를 파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피의자의 어머니가 메모지가 부족할 정도로 내 말이 흩어질세라 쉼 없이 급히 주워 담는다. 


모든 사건에는 공소장에 나타나지 않은 숨어 있는 또 다른 피의자가 있다. 이미 자녀의 사건이 시작되는 순간 스스로에게 ‘자식을 잘못 키운 죄’로 유죄를 선고한 ‘엄마’라는 이름의 셀프 피의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씨 어머니 되시죠? 여보세요?’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지하철 내에서 추행을 반복하는 발달장애 피의자가 있었다. 그의 범죄 전력을 보고 바로 피의자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수화기 너머로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오열하는 울음소리가 전해졌다. 그 어머니는 아들에게 가르쳐도 계속 사건이 반복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나에게 하소연했다. 처분을 두고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다. 


또다시 기회를 주자니 정작 피의자는 반성이나 교육 없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나가 다른 피해자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고 구약식 기소를 하자니 그 벌금조차도 어머니에 대한 형벌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 사건은 피의자의 사정을 전해 들었던 피해자가 그 아들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아 교육을 조건으로 피의자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사건을 처리할 때 기록에 다 담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있다. 기록에 숨겨져 있는 피의자들의 부모님, 특히 어머니는 또 다른 피의자로 자처하며 스스로 자신에게 벌을 내리는 것을 보아왔다. 물론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의자에 대한 형의 감경을 논할 수는 없겠지만 범죄를 범한 자녀에 대한 원망과 자녀가 범행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잘못은 없는지 반추하는 모습이 기록 어딘가에서 아른거리며 그들의 자녀에 대한 처분에 있어 고민하게 했던 것은 사실이다. 어머니들의 이런 애타는 마음을 정작 피의자라는 이름의 자녀들이 이해는 하고 있는지 알 길은 없었지만 말이다.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 문동은은 학교폭력 주동자 박연진을 향해 “넌 벌 받아야지. 신이 널 도우면 형벌, 신이 날 도우면 천벌”이라고 말한다. 범죄를 저지른 자녀는 형벌을 받겠지만 그 자녀의 어머니는 천벌을 받는 것은 아닐까? 이런 애끓는 마음을 그 자녀들이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도 죄를 범한 아들 옆에서 무너지는 어머니를 만났다.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을 아무 이유 없이 다시 펼쳐본다. 


15년간 검사로 재직하며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을 맡았던 김세희 변호사가 현장에서 마주한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김세희 변호사(법무법인 더킴로펌)


출처 : 법률신문(https://www.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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