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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활동 위축 방지 위한 최소한의 장치
韓, 불공정 포함 모든 행위에 형벌 규정 ‘유일’
2월 12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설탕 가격을 담합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에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7개 업체에도 조사 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를 발송했다. 검찰은 공정위가 처벌하기 전 이미 설탕과 밀가루 담합에 가담한 기업과 개인들을 기소했다.
공정거래사건의 일반적 형사 절차는 공정위가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를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다고 하여 ‘전속고발권’이라 한다. 공정위의 소극적 고발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하여 검찰·감사원·조달청·중소벤처기업부가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반드시 고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왜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을 주었을까. 가격담합·입찰담합과 같은 경성담합(hard-core cartel)을 제외하면 공정거래사건은 기본적으로 형벌과 친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 관련 법에 형벌 조항이 지나치게 많다. 전속고발권은 고발권 남용으로부터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살인·강도·절도 등 범죄행위는 목적과 의도가 분명하여 행위만 입증하면 범죄가 성립한다. 하지만 경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거래사건은 다르다. 경쟁에서 앞서거나 이기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다. 행위 존재만으로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없다. 시장 질서에 미치는 효과를 판단해야 하는 어렵고 힘든 과정이 남아있다. 주무 부처인 공정위가 전문성을 가지고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 후, 고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이유다.
공정거래법에는 시장지배적남용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도 형벌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행위들은 대부분 값싸고 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경쟁 과정에서 발생한다. 경쟁에서 이기려는 목적은 있으나 경쟁자를 죽이려거나 경쟁 과정을 말살하려는 건 아니다. 경쟁의 결과 시장 질서가 왜곡될 수는 있다. 이러한 행위들에 대해 형벌 규정을 두고 아무나 고발하게 하면 기업들이 위축되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활동도 주저하게 된다.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행위들에 대해서 대부분 나라의 경쟁법에 형벌 규정이 없는 이유다. 하지만 처음부터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고 혁신을 저해하고자 하는 목적과 의도를 가지는 경성담합은 엄벌 받아 마땅하다.
외국의 경쟁법에도 형벌 규정이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어떻게 운영될까. 대부분의 유럽연합(EU)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쟁법에는 형벌 규정이 없다. 미국·일본 등 일부 국가의 경우 담합에 대해서는 형벌 규정이 존재한다. 시장지배적남용행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형벌 규정이 없거나, 있더라도 활용하고 있지 않다. 불공정행위를 포함한 거의 모든 행위에 대해 형벌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말고는 없다. 형벌 규정이 있는 국가 중에서도 일본·멕시코처럼 경쟁 당국이 전속고발권을 가지거나, 캐나다·덴마크 등처럼 경쟁당국이 형사 처벌 여부를 우선 판단하거나, 영국·이스라엘 등과 같이 경쟁 당국이 직접 기소하기도 한다.
기업인들은 하루하루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한다. 기업의 경제활동에 형벌 규정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현 정부도 경제활동에 대한 과도한 형벌 규정을 대폭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에 앞서 국제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 형벌 규정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김형배 더킴로펌 고문·연세대 경제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출처 : 세계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022/0004108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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