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국제
치킨담합 과징금 1758억 '부당처분' 외치는 이유
본문
" 과징금은 처분 이후
행정소송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 아십니까? "
과도한 과징금 처분을 받으신 업주들에게.
"과징금, 낼 돈이 없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왔습니다."
올해 3월쯤 저희를 찾아오신, P 유통업체 사장님의 첫 마디였습니다.
이 한마디만 들어도, 과징금 징수 기준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시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실제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찾아오시는 의뢰인의 상당수가, 과징금을 전액 다 납부하는 업체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모르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이 사장님, 어떻게 됐을까요? 과징금은 물론, 시정명령 취소처분까지 받아냈습니다.
위기의 업주분들, 꼭 읽어보세요.
정말 담합했나?
담합 혐의 성립요건
"농림축산식품부의 행정 지도하에 시행된 정당한 수급 조절입니다. 과징금은 말도 안 돼요."
실제로 행정청이 주관하는 '육계 수급조절협의회'가 존재합니다. 국가에서도 가격조절의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에 정책이 있는 건데요.
과연, 정책적으로 진행된 가격조절을 담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동시에 공급과 생산단가를 강제로 만져서, 판매가격을 조절하는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법으로 정한 담합 요건은 충족하는 거죠.
실제로 16개 기업이 함께 모여 공급 가격을 정하고, 달걀 및 병아리를 폐기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할인액의 하한선을 강제했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요건을 충족한다는 이유만으로, 담합으로 처벌해야 하는가? 가격 조절이 정말 부당한 행위였는지는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
담합 혐의 성립요건<공정거래법 제5조,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금지> 1. 상품의 가격을 부당하게 유지 · 변경하는 행위 2. 판매량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3.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
부당이득 얼마나?
과징금 취소를 부르는 비례·평등 원칙
10년이 지날 동안, 닭고기 가격이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정말 이상합니다. 가격을 조절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게 이번 과징금 처분의 이유니까요. 2012년에는 3,564원이었던 닭 값이 2021년에는 3,340원으로 224원이 떨어졌는데 어떻게 부당이득이 발생했다는 걸까요?
이에 공정위 등은 "연평균 판매 가격은 떨어졌을지 모르나, 수요가 몰리는 특정 시즌(복날)에 가격을 올려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입장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실제 부당 이득액을 따져보면 되니까요. 법원도 부당이득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과징금 취소처분을 내립니다.
비례·평등 원칙에 따라 취소되는 과징금<대법원 2000두1713 판결> ① 매출액을 기반으로 계산하는 과징금(통상 매출의 10%) ② 실제 번 돈, 영업이익과는 차이 있을 수 있어 → 부당이득액을 넘어가는 일률적 과징금 처분은 비례·평등 원칙에 위배(공정위의 재량권 일탈·남용) |
닭고기 업체 1곳, 과징금 면제 이유는?
결손처분과 감액 기준
육계 가공업체 16곳이 똑같은 혐의를 받았지만, '자본잠식' 판정을 받은 업체 1곳은 과징금을 면제받았습니다.
과징금을 낼 돈이 없다면? 과징금을 내고 나면 회사가 망할 게 뻔하다면, 나라에서도 무리해서 과징금을 징수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실제 법에도 받을 수 없는 돈은 명확하게 구분해 놨습니다. 결손처분<공정거래법 제107조>이라는 조항을 통해서요.
또 자본잠식률이 50%가 넘어가는 기업의 경우, 과징금 감액의 상한선을 두지 않았죠. 아직 망하지 않은 회사라도 과징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s 과징금 감액 기준<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부과기준> ① 부채 비율이 400%를 초과하거나, 200%에 업계 평균 2배를 초과할 때 ② 최근 2년간 당기순이익이 모두 적자일 때 ③ 자본잠식 상태일 때 → 과징금의 50%를 초과해 감액 가능(100% 면제 포함) |
담당 행정청도 원치 않는 과징금?
농림축산식품부 "영세농가 고려해달라."
※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육계가공업체 담합과 관련해, 선처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식품업계 사상 최대의 과징금, 1758억 원의 육계가공업체 과징금과 관련해 담당 행정청도 선처 취지의 의견서를 냈습니다.
'영세농가 등을 고려해달라.'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실제로 닭고기 시장은 '하림'이 독보적인 1위로서 시장 지배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매출액이 낮은 나머지 영세 업체들은 정말 살아남아야 한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협회가 하자는 대로 따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거죠.
그 억울함은 재무제표를 조금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적자 연속의 영업 이익액을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나죠.
업계 관례로 알고 있었는데, 너무 큰 과징금을 맞았다고요? 적절한 처분인지 꼭 따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