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국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상해 사망사고는 모두 사업주 책임?
본문
" 안전관리책임? 저는 아는 대로 다 했는데요... "
책임이 있는 사고였는지, 먼저 알아보죠.
"사고가 난 현장이 어디죠?"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사건을 맡을 때마다, 늘 한결같은 저희의 첫 마디입니다.
네, 물론 사무실에서 사건 자료만 보고 재판에 나서서 승소를 따내는 변호사도 있겠죠.
그런데 저희가 경험한 바로는, 산업재해 사건의 특성상 무턱대고 사업주의 책임으로 부풀려진 경우가 많더라고요.
쉽게 말해, 애초에 큰 비용을 들여 오랫동안 다툴 사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업주는 마치 '죽일 놈'으로 포장해 기소된다는 겁니다.
더 큰 사건으로 번지지 않게 막는 것, 저희가 품이 들더라도 사고 현장을 꼭 방문해 사업주의 책임 여부를 먼저 따져보는 이유입니다.
점점 커지는 사업주 '안전관리책임'
중대채해처벌법 입법 등 산업재해 예방책임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되는 등, 사업주의 안전관리책임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추세인 듯합니다.
심지어 이번에 근로자 7명이 사망한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사고를 두고도, 앞으론 소방법 위반 사항을 산업안전보건법에 포함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스프링클러 미작동'도 사업주의 안전관리책임 위반일까? |
만약, 소방법이 산업안전보호법과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주의 안전관리책임에 포함된다면, 사망자 7명이 발생한 이번 사고는 ① 10억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선고되며, ② 4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습니다.
그럼, 사업장에서 사람이 죽으면 다 영업정지 당하고 징역을 사는 걸까? 아니라는 걸 아시니까 찾아오셨겠죠.
실무에선 사업자의 책임이 없는 경우 무죄는 물론, 사고 예방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형사처벌을 피한 판례가 나옵니다.
책임 없는 경우, 무죄 증명하는 전략
사업주의 범위와 책임 밖의 사고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 사업주는, 근로자와 실질적 계약관계에 있는 고용주로서 사고 예방에 대한 안전관리책임을 지도록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어느 작업장에 가더라도, 단일 기업이 모든 작업자와 근로계약을 맺는 경우는 없죠. 건물을 하나 올리더라도 수많은 하도급 업체와 파견 근로자, 본사 안전관리책임자, 중장비 대여업체 등 복잡한 계약관계가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본사 사업주가 모든 산업재해에 대한 안전관리책임을 진다? 기소됐다고 다 유죄가 나오진 않습니다.
근로자와 '실질적 고용관계'가 아닌 경우<대법원 2019도14416 판결> ① 타워크레인을 대여해주며, 작업자를 파견한 기업 A 에 '안전점검의무'가 있는가? ② 사고가 발생한 곳은 파견사업장으로, 대여받은 자(현장소장)와 파견작업자가 '실질적 고용관계'에 있으며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책임은 파견사 A가 아닌 현장소장에게 있다. ※ 현장소장에게 크레인에 대한 전문성이 없었더라도,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책임은 피할 수 없다. |
작업계획서를 무시하고 '독자적 작업지시'를 한 현장관리자 <울산지법 2021고단1588 판결> ① 위험예방대책과 작업방법 등을 포함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이에 따른 작업을 지시받았음에도 이행하지 않은 현장관리자 ② 서류상, 산업보건법 제13조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선임됐다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진다. ③ 다만 작업계획서의 작성과 인력 배치, 예산 집행 등의 안전조치는 현장관리자에게 독자적인 결정권이 있다 보기에 무리가 있으며, 사업주 역시 필요한 안전조치의무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경우로 양벌규정에 의해 함께 처벌 <벌금 2000만원.> ※ 사업주의 작업계획서 등 현장 안전조치 지시에도 불과하고, 현장관리자가 '독자적'으로 작업을 지시했다면 양벌규정은 다퉈볼 여지가 있다. |
'상시 작업하는 장소'가 아닌 경우<울산지법 2019노611 판결> ① 월 1회 직원을 파견한 정기점검(용역)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용역회사 안전관리책임 여부 ② 재판부는 "상시 작업하는 장소가 아니었으며, 심지어 용역사에 조명시설 설치 권한 및 안전조치의무가 없었다."며, 일반적인 업무상 주의의무를 벗어난 경우로 판단. <용역사 무죄.> |
사업주가 자리를 비운사이 '임의 의뢰' 받은 작업<대법원 2006도8874 판결> ① 관리자가 자리 비운 사이, 업장에서 근로자에게 임의로 부탁한 작업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② 평소 관련 의뢰를 받더라도, 관리자가 폭발 위험성을 인지하고 거절해왔다면 안전관리책임을 물을 수 없다. <사업주 무죄.> |
책임 있는 경우, 감경 받는 전략
사고 방지 대책을 마련한 사업주
사업주 및 경영자에게 예방 책임이 있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형사처벌 만큼은 피할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증거들인데요. 그 예시로는 안전보건 교육, 안전보건관리자 고용 여부, 재발방지대책 마련, 개선 및 시정사항 이행 등이 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사업주의 안전의무조치가 잘 돼있었다면 기소 당할 일도 없었겠죠. 이게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업주도 계실 겁니다. 실제로 애매한 처벌 조항도 많으니까요.
'충분히 알려야 한다' 정형화된 교육일 필요 없어<대법원 2019도12986 판결> ① 안전보건 교육 여부를 판단할 때, 정형화된 교육이 아닌 경우 '주지의무위반'인가? ② 재판부는 "충분히 알려야 한다는 표현을 두고, 그 방법이 정형화된 교육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사업주 무죄.> ※ 사업주가 주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는 사업장의 규모나 환경, 작업의 빈도와 위험성, 근로자의 이해 능력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여 판단 |
'알면서도 방치' 파견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 의무<의정부지법 2020노796 판결> ① 서류상 고용관계에 있는 근로자가, 직접 관리하지 않는 타 사업장에서 사망한 경우 파견사업주의 책임 ② 사고 발생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 다만, 잘못을 뉘우치고 '피해자 유족들과 원만한 합의' 및 처벌불원서를 받아, 감경 및 집행유예에 그친 사례 |
'사고 당시 작업환경'을 판단할 객관적 자료가 없을 때<울산지법 2019노611 판결> ① 사고 후 측정값만 두고 기소가 이루어진 경우, 작업 당시 환경을 판단할 자료가 없다면? ② 어두운 작업 환경이 원인이 되어 사고가 일어났다는 검찰의 주장 ③ 하지만 개인 손전등을 가지고 작업이 진행되는 등, 사고 후 측정값은 작업 당시 환경과 달라 '안전조치위반'을 판단할 증거가 되지 못한다.<사업주 무죄.> |
기소 당해서 걱정인가요?
확정받고도, 살길이 있는데요.
과징금 맞더라도, 행정심판이 남았다.
사망사고만 발생하면 국회가 나서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가중처벌하겠다는 뉴스부터 나옵니다.
물론, 근로자 한 명 한 명이 가정을 가진 소중한 존재입니다. 사망사고만큼은 반드시 막아내야겠죠.
하지만 사고는 업주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 예방조치를 취하더라도, 다 막을 순 없기에 사고입니다.
그래서 산업재해가 일어났을 때, 사업주만 탓할 수는 없는 거죠. 지켜야 할 안전관리책임의 하한선도 법으로 정해놓은 거고요.
그래도 사망사고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한다면 누군가 책임을 지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다만 딱 내가 지켜야 할 의무, 그 정도까지만 책임지세요.
그 책임이 과징금, 영업정지라고요? 그 또한 너무 과하다면 행정심판으로 풀어갈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연히 마음은 무거우시겠지만, 사고 이후의 수습이 아직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