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사
횡령죄 불법영득의사 상계권 행사시 사라질까?
본문
받을 돈이 있어서 반환을 거부한 것인데,
횡령죄라고!?
피해액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기업의 임원이나 은행의 지점장 등의 횡령사건들이 뉴스나 신문을 통해 종종 보도되다 보니 횡령죄나 배임죄는 사회적 고위층(화이트칼라)만이 범하는 범죄라는 인식이 있지만,
단지 이들의 범행은 피해액이 커서 매스컴에서 다루어질 뿐이지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횡령이나 배임 사건들을 보면 그 가해자가 평범한 일반인인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즉, 회사를 다니고 있는 보통의 직장인이나,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이라도 어떠한 금전적인 문제로 인하여 충분히 횡령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물론, 횡령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에서 정한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기에 그 요건을 하나하나 자세히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 특히 재산죄의 경우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는 경우가 많아 특히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횡령죄의 주체인 보관자의 지위를 가졌지만, 민법에 따른 상계권을 행사하여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가 선고된 바 있는데요, 어떠한 사유로 처벌을 면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착오송금으로 보관중이던 현금
상계권 행사를 통해 반환거부 가능할까?
사건의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B(사건의 피해자)는 甲 주류업체와 주류 납품거래를 해오고 있었는데, B는 100만원의 납품대금을 甲 주류업체에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甲 주류업체의 사내이사인 A는 B를 상대로 주류대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으로부터 물품대금의 지급을 명하는 지급명령이 내려졌지만, B의 이의신청으로 2019. 8. 13. 해당 사건이 조정절차로 넘어갔고 2019. 10. 11. 조정기일이 지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B는 착오로 2019. 9. 30. 甲 주류업체의 명의로 470만 원을 착오로 송금하였고, A는 2019. 10. 1. 1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B에게 반환하면서 민사사건을 취하하였습니다.
하지만, B는 나머지 100만원을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였고, 이에 A는 B가 甲 주류업체에 대한 100만원 상당의 물픔대금채권으로 B가 가지는 동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상계할 수 있으므로, 돈을 반환할 수 없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혔습니다.
끝내 돈을 받지 못하게 되자, B는 자신이 착오로 甲 주류회사에 금원을 송금하여 A가 이를 보관하고 있었고, A에게 착오송금을 이유로 반환을 요구하였기에 A는 해당 금액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임의로 상계 정산 후 반환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횡령죄로 고소하였고, 검찰은 해당 사건을 기소하여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1도2088 판결 [횡령]
자영업을 하는 소상공인이나 소규모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이라면 위와 같은 일을 충분히 겪을 수 있기에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낯선 법률 용어가 많이 나오기에 선뜻 이해가 어려울 수 있지만, 사건을 쉽게 풀어보면 '주류업체와 거래를 하던 피해자가 주류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주류회사가 소송을 청구하게 되었고, 이때 피해자가 착오로 주류회사에 송금을 하였는데, 피고인(주류회사 이사)은 원래 받을 돈이 있다는 이유로 못 받은 돈을 제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반환을 하여 피해자가 횡령죄로 고소한 사안'입니다.
민법 제355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는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위 규정과 기존의 대법원 판례들을 통해 사건을 분석해 보자면, 착오송금으로 인해 금전을 보관하고 있는 경우에도 횡령죄의 주체인 보관자에 해당하고, 반환의 거부 역시 횡령행위로 간주되기에 甲 주류업체의 A이사의 행위는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횡령죄의 필수 성립요건
불법영득의사 그 판단 기준은?
다만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보관자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하고, 만약 반환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아 외관상 횡령행위로 볼 수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 사건에서는 甲주류업체 이사 A씨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었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인 A와 피해자 B 사이에는 착오송금으로 인한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하기는 하지만, 甲 주식회사에게는 반환거부 금액에 상응하는 물품대금채권이 있었던 점, B는 착오송금된 금원 중 물품대금채권액에 상응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다시 송금한 점, 100만원에 대한 반환요청을 하는 B에게 물품대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권을 행사한다는 의사를 충분히 밝힌 점 등을 이유로, 피고인 A의 행위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반환을 거부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결국, 甲 주류회사의 이사 A씨가 상계권행사임을 명확히 밝힘으로 인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은 것인데요,
여기서 '상계'란 같은 종류의 채무를 지고 있는 두 사람이 그 채무를 같은 범위 내에서 없애버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어 A가 B에게 100만원을 빌려 주었고, B 역시 A에게 100만원을 빌려 준 사실이 있다면, 서로 각자 100만원을 주고받는 대신에 ‘퉁’ 치자는 것이라 이해하면 쉽습니다.
그렇다고, 횡령죄의 일반 요건은 충족하면서 상대방과 어떠한 채권 채무 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상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상계를 하기 위해서는 상계적상, 즉 일정한 여러 요건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위 사건에서는 채권채무가 같은 종류였고, 변제기 역시 도래하는 등 상계요건을 갖춘 상태였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만약, 그 채무의 종류가 서로 달랐다면,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었기에 어떠한 민사상의 권리실현과 횡령행위가 모두 문제가 된 경우라면 형사전문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객관적인 검토와 그 해결책을 찾아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