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재벌집 막내아들, 검정 고무신의 정당한 권리[아침을 열며]
23-10-17
본문
추석 연휴 기간 오랜만에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을 관람했다. 올 추석 극장가의 부진한 흥행 속에 천박사는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 영화의 원작은 웹툰 ‘빙의’다. ‘빙의’ 작가가 2차적 저작물인 이 영화의 흥행에 대한 공정한 대가를 받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원저작물의 변형 행위를 ‘2차적 저작물’ 작성이라고 한다. 현행 저작권법에는 2차적 저작물을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다. 웹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웹툰이나 드라마와 영화가 2차적 저작물의 대표적 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원작이 웹소설이며, 드라마 ‘미생’은 웹툰이 원작이다. 원저작물로 인해 2차적 저작물이 대박이 난 경우다.원저작물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면 2차적 저작물의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원저작자가 2차적 저작물의 성공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저작자가 2차적 저작물을 만들 때 당당히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출발은 계약 상대방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고, 당당히 정당한 이익 분배 요구에 달렸다. 원저작자 동의나 허락 없이 2차적 저작물을 만들 수 없고, 동의나 허락을 받고 만들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줘야 한다. 지난 3월 만화 ‘검정 고무신’ 이우영 작가의 죽음으로 집필 노동자의 억울함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제작된 2차적 저작물(만화 속 캐릭터 9종)에 대한 저작권 박탈과 불공정한 수익배분에 대한 분노와 좌절이 얼마나 컸으면 삶을 포기했을까.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출판 표준계약서에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원저작자에게 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정부가 2차적 저작권의 불공정 계약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2차적 저작물의 정당한 대가 지급과 관련, 가장 중요한 것은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원저작자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계약 시 2차적 저작물 작성에 관한 권리행사의 주체가 원저작자에게 있다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이익 배분에 대한 공정한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모전에 당선된 28명의 작가와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부여 계약’을 체결하면서 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리를 제한한 행위에 대해 불공정한 계약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불공정한 계약조항으로 인해 원저작자인 공모전 당선작가들이 언제 누구와 어떤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할지의 선택 권한이 제한되었다는 것이다. 불공정 계약조항으로 공모전 당선작가들은 자신들이 2차적 저작물을 직접 제작하거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외 제3자가 제작하도록 할 수 없었다. 선택권이 제한되니 정당한 보상도 받지 못하였으리라 짐작된다. 공정위가 만화·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분야 계약 실태를 파악하고 있는 만큼 출판사나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집필 노동자에 대한 불공정 계약이나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사후 처벌 위주의 경성 법 집행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공정한 2차적 저작물 계약 관행 정착을 위해서는 분야별 표준계약서 보급, 피해 예방 교육 등의 소프트한 수단이 더 유용하다. 예방이 치유보다 낫다. 김형배 법무법인 더킴 공정거래그룹 고문 출처 : 한국일보 |